지금이야 서른을 넘고 체력이 떨어지며 '운동'을 중요성을 여실히 깨닫고 자발적으로도 운동을 하려 한다. 나의 최애 운동은 '걷기'다. 머리가 복잡할 때나,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는 주로 걷는다. 한참 때 창업 실패 후, 머리가 복잡하고 무기력이 심하고 멘탈이 흔들릴 때는 이를 잡기 위해 자는 시간과 식사 시간 제외 후 하루에 7-8시간을 걸었다. 그렇게 보름간은 하루에 5만보씩 걸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혼자 동네 성지순례를 한 정도여서 웃음이 났다.
이제는 다른 운동에도 관심을 가져보려 하지만, 헬스장에 가는 귀찮음을 이기기 쉽지 않은 나에게 매일 헬스장으로 출근하는 일은 일단 그것만으로도 헬스장을 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는 일이다.
또 정말 자주 오는 회원들에게 좋은 자극을 받는 일이기도 하다. 올여름 강남역 일대가 갑자기 침수되어 순식간에 많은 차량이 물에 잠겼다. 갑자기 차오르는 물을 피해 자신의 차 보닛 위에 올라앉은 어떤 분의 사진이 촬영되기도 했었는데, 이는 거의 재난 영화에서나 볼법한 상황의 실제였다. 그 정도로 폭우의 피해 규모가 심각한 상황인 날이었다.
그때 나도 근무를 하고 있었기에, 창 밖으로 계속 쏟아지는 비에 놀라며 근무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헬스장과 수영장을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들어오는 모습은 티셔츠는 이미 물론이요, 머리도 흠뻑 젖어 다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비를 뚫고 운동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는 운동을 마치고 나의 귀갓길까지 걱정해주는 여유를 보이며 퇴장하는 회원도 있었다.
나는 그런 운동 마니아들을 보며 일을 하고 있다. 만약 그 비를 뚫고, 나와 그가 마주한 곳이 'PC방 카운터'였으면 나는 더 경악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그가 마주한 곳이 헬스장이라는 것이, 차라리 건강하고 건설적인 쪽으로 지독한 사람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나는 그런 체력과 멘탈이 건강한 운동인들을 매일 마주 보며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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