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내가 무언가를 설명하고 나면, '선생님 하면 잘할 것 같다'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일단 목소리가 차분한 어조와 톤이라서 그게 한 몫한 것 같고, 설명도 이해가 잘 되게 설명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때로 나의 이런 성향은 조직 생활에서는 나의 피해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테면 내가 무언가를 잘 알려주었기 때문에, 내게 무언가를 묻거나 교육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처음엔 성심성의껏 도와주었지만, 점차 그 빈도가 내가 감당이 안 될 수준으로 늘어갈 때 내 업무에 지장을 받곤 했다.
또 클라이언트와 대화를 나눌 때도 클라이언트는 정말 사소한 것까지 질문하며 통화가 길어지곤 했다.
때문에 '적정 호의의 선'을 어디까지 정해야 하는 것인가가 나에게는 과제이기도 했는데,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면서는 이 '호의가 업무'가 된 것이다. 즉 안내데스크에서는 최대한 친절하게, 이해하기 쉽게 고객에게 설명을 해야 하므로 이 능력 자체를 잘 활용할 수 있어졌다.
이전 직장에서는 그저 부차적인 능력으로 활용하던 것을 말이다. 심지어 내가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면서 너무 놀라웠던 사실은, 광고대행사 AE로 일할 때보다 감정노동의 정도와 강도가 작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광고대행사 재직 시절에는 한 클라이언트 당 적게는 몇 백만 원, 많게는 억 대까지 한 달에 광고비를 지불하는 고객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각 클라이언트 관리에 들어가는 '관리 영역'에도 상당히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그것도 주요 업무 중 하나긴 했지만, 가장 주요 업무는 '광고 효율'을 내는 것이기에, '클라이언트 관리'는 부차적인 요소여서 그것에 소모되는 에너지는 암묵적으로 개인이 안고 가야 하는 영역으로 여겨지는 것도 힘들었다. 대하기 힘든 클라이언트가 들어왔다고 그걸 관리하지 못하면 AE로서의 역량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 번은 내게 불쾌한 언행을 하는 클라이언트가 있었다. 관리를 하다 도저히 선을 넘는 듯하여 보고 후, 회사 차원에서 해당 클라이언트를 받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결정이 되기까지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불쾌함'이 있어야 했기에 그걸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고 말이다.
그렇게 광고를 운영하는 본업 이외에도 그런 '감정 노동'은 부차적인 업무에 불과하며 노동 강도가 무척 크다고 느껴졌던 광고대행사 시절이다. 그러나 안내데스크 직원으로 일하면서는 그 '안내만 하면 되는 일'이 본업이 된 것이다. 심지어 이전에 이미 내력이 쌓여 업무가 좀 더 수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운동 프로그램은 나의 광고 운영 능력이 아닌 '운동 기기 사용'이라는 목적을 두고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기에, 클레임 관리도 예상 안에 있다. 객단가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이니 그것도 한 몫했다.
이로서 그동안은 나에게 개인적인 피해로까지 이어져 속앓이를 해야 했던 '안내 능력'을 잘 활용하여 수익으로까지 연결할 수 있게 되니 나에겐 여러모로 체질에 맞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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