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회사생활이 힘들었던 이유를, 다시 한번 회고해보자면 단체생활의 '피상적 대화'에 있었다. 사람이 여러 명이면 깊은 이야기보다는 모두가 공통적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대화 주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는 최근 사회적인 이슈 혹은 유명인들의 가십거리 같은 것들이다.
이런 이야기는 대체로 여러 명이 있는데, 대화가 없으면 너무 민망한 경우가 있으니 대체로 '화기애애함' 혹은 '적당한 대화거리' 소재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적당히 동조하고 웃어넘겨버리는 것이 최선인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저건 정말 아닌데...'식의 의견들이 나올 때다. 하지만 여기에 반박 의견을 한다면 '웃자고 한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드는', '농담으로 던진 이야기를 다큐로 받는'사람이 되는 것이고, 가만히 있자니 암묵적으로 동조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전자로도 있어보고, 후자로도 있어보았다. 전자일 때의 문제는 조직 생활에서 튀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고, 후자는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으로 판단되어 그 의견과 같은 결의 후속 대화 및 행동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결론은 둘 다 피곤했다. 게다가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은 주로 더 상사인 쪽이 많으므로, 의견에 대한 대답을 할 때마다, 부하직원들은 서로 엄청난 눈빛들을 주고받으며 적당한 리액션을 탐색해야 한다는 것에도 많은 피로를 느꼈다. 즉 단체생활은 개인적인 이야기보다는 그 순간을 적당히 소비할 만한 가벼운 이야기들에 끊임없이 반응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안내데스크 직원으로 일하며 '교대 근무'를 하게 되었다. 내가 있는 헬스장은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에 총 17시간을 운영한다. 이로 인해 하루에 파트/풀타임을 포함하여 총 5명의 직원이 교대 근무를 한다. 오픈 조, 오전 조, 오후 조, 마감 조로 나뉘어 있으며 나는 여기에서 오후 조이다. 으레 인력이 필요한 곳에는 '최적의 인원으로 최대 효율'을 내야 하는 것이 보통 회사의 인지상정이다. 그렇기에 데스크 근무 스케줄은 딱 해당 시간에 필요한 인원으로만 배치되어, 5명 모두 개별적으로 돌아가며 식사 시간 및 휴식 시간을 가진다.
이는 매일 혼밥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또한 근무 시간에도 최대 3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대체로는 2명의 직원이 함께 근무한다. 때때로 누군가 연차를 사용할 때면 간혹 혼자 근무를 하기도 한다.
언뜻 들으면 매일 밥도 혼자 먹고, 홀로 근무하는 것에도 쓸쓸하겠다 싶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누구던가! 이미 사회생활에 지칠 때로 지친 사람이었다. 즉 나에겐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교대근무가 아닐 수 없었다.
교대근무의 은혜를 받은 나는 일단 '식사 시간'을 매우 알차고 유익하게 활용하고 있다. 오후 조이므로 12시에 출근을 하여 식사 시간을 보통 오후 3시 혹은 5시 사이에 갖고 있다. 때문에 이는 보통 회사의 업무 시간이기도 하다. 나를 이 식사 시간을 활용하여, 갑작스러운 프리랜서의 업무 연락이 필요할 때 이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담당자가 오후에만 회의가 가능하다고 하면, 이 시간에 회의를 잡아 업무를 하기도 한다. 늦잠을 자서 점심을 먹지 않고 출근한 날엔 밥을 먹기도 하고,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
또한 보통 나를 포함 2명이서 근무를 하기에, 이제 모두가 함께 공감할 만한 '적당한 대화 소재'에 적당한 사회인의 기계적 웃음을 지을 필요도 없다. 따라서 지금의 상사 격인 매니저님과는 이례 없는 신뢰와 친분을 쌓아나가고 있다. 보통의 직장에서는 내가 그가 원하는 단체 생활 분위기에 맞는 '적절한' 리액션을 잘하지 않아, 예쁨보다는 미움을 많이 사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과도 이전보다 훨씬 단단한 유대를 쌓으며 근무하고 있다. 최근 안정감에 이런 동료들과의 불화 없음도 한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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