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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후 헬스장 카운터 봅니다

사람 스트레스 없는 일상

 

직장생활을 할 때, 업무보다 사람이 힘들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검증될 만큼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을 한다. 나도 그랬다. 특히나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있는 나였기에, 취향과 사고방식, 업무성향이 맞지 않는 동료 및 직장 상사들과 함께 하는 일은 힘들었다.

 

그래서 처음에 내가 택한 전략은 '업무만 잘하면 되지 뭐'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직장도 결국엔 다 사람이 있는 곳이다. 나도 감정적으로 될 때가 있지만, 직장동료들이 내 바람처럼 모두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업무와 개인적 친분을 따로 두는 것이 아닌,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에게 업무 친화도도 티 나게 더 높았다. 즉 친목 생활을 잘하지 않으면 업무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예를 들어 친한 동료가 아닌 내가 부탁하는 일에 대해서는 똑같은 업무를 두고도 무척 방어적이고 퉁명스럽게 대했다. 이러다 보니 직장 내 대인관계가 업무에도 영향을 미치자 스트레스는 더욱 극심했다. 디자인팀 및 개발팀과의 협업, 커뮤니케이션은 거의 필수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노력을 해보았지만, 나는 없는 말을 못 하는 성격이다. 그리고 아닌 걸 맞다고도 잘 못 한다. 진정으로 느껴지면 칭찬은 잘하는 편이다. 하지만 학습된 사회성을 발휘해 적당한 리액션을 할 때면 꼭 '영혼 없다'는 피드백을 받기 일쑤였다.

 

또한 이런 내가 못마땅했는지, 직장 동료 중 한 명은 상사에게 내가 '까칠하다'는 험담도 한 모양이었다. 사실 그 동료에게 그렇게 대한 것은 나에게도 사정이 있었다. 그 동료가 자신의 연애 문제부터 너무 사사로운 잡담 및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나에게도 사적인 질문을 자주 하곤 했다. 처음엔 나도 정중하게 대하고 싶었으나, 점차 그 빈도가 잦아지자 적당히 선을 긋고 싶었다. 그러던 중 그런 험담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그 동료를 대하는 것이 더 껄끄럽고 불편해졌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아부하지 않는 나보다 상사들은  동료의 말을  신뢰했다. 그렇게 불편한 직장 대인관계가 업무 평가로까지 악영향을 미치며 이어지자, 업무 의욕도 떨어지고 매일 관계를 지속하며 출근을 해야 하는 것도 버겁고 힘들었.

 

그런데!

 

헬스장 카운터에서는 업무가 단순하다 보니, 협업을 요청할 일이 없다. 즉 내 일만 잘하면 되는 환경인 것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업무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없다 보니 사람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

 

또한 업무평가도 단순하다 보니, 고과 및 성과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무척 줄어든 것이다. 물론 급여가 기존 직장보다 적은 것은 당연하지만 '스트레스가 사라진 일상'에 비하면 적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내겐 이 일상을 찾은 것이 훨씬 값진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일상에 점점 스트레스보다는 평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