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퇴사후 헬스장 카운터 봅니다

유니폼이 있다는 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 바로 ‘출근룩’이다. 요즘은 많이 캐주얼화 되고 대부분 ‘복장 자유’인 곳이 많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어느 정도 ‘깔끔하게’ 입어야 좋다는 암묵적 룰이 있다.

 

그 이유는 사실 우리가 누군가를 볼 때 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사람의 외모와 ‘입은 옷가지’이기 때문이다. 초반에 그 사람의 내면과 능력까지를 다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미팅 시 상대방이 편한 캐주얼 복장보다는 ‘멀끔한 정장 혹은 깔끔한 셔츠’를 입고 있다면 일단 어느 정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직장인에게 ‘의복’이란 단순한 나를 치장해주는 것 이상의 ‘전문성’을 나타내 주는 도구이기도 하기에 중요하다.

 

또한 마냥 젊다면 상관없지만, 30대에 접어든다면 어느 정도 ‘사회적 품위유지’라는 시선이 따른다. 그렇기에 완전히 놓기가 힘든 출근룩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옷’은 하나에도 꽤나 많은 비용이 든다. 게다가 주 5일 출근할 옷을 마련해야 하니 이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암묵적 룰을 완전히 탈피한 사람도 있긴 하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다. 이들을 떠올리면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목티와 무지 티가 떠오른다. 물론 잡스는 의복을 단순화하고 일에 집중하고자 하는 이유 말고도 자신의 캐릭터성을 위해 목티를 택했다는 설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옷을 고르는 에너지를 최소화하여 이를 일에 쏟기 위해 항상 같은 옷을 입었다.

 

우리도 옷이 없어서 혹은 삶의 단순화를 위해 그들과 같은 선택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여름엔 무지 티를 깔 별로 돌려 입는 입장에서 그들을 오마주해 보고 싶기도 했다. 간혹 자기 계발 및 동기부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분들이 이런 ‘동일한 옷 입고 출근하기 챌린지’를 진행하는 경우도 종종 보긴 했다. 그러나 일반인이 똑같이 따라 하기 어려운 이유는 우선 ‘사회적 시선’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일하기에, 동료들의 호감을 사기까진 힘들어도 ‘꺼려지는 사람’이 되는 것은 피해야 하는데 계속 같은 옷을 입고 출근한다면 후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시선을 뛰어넘을 만큼의 인성 및 성과 등으로 동료들과 잘 지낸다면 상관없지만, ‘옷은 매일 똑같은 걸 입고 출근하지만, 괜찮은 사람’, ‘저건 저 사람만의 개성’ 같은 타이틀을 획득하기까지는 꽤나 지난한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는 ‘삶의 단순화’에서 오는 장점보다 거기까지 도달하는 위험과 고난이 따르므로 결국 어느 정도 복장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런데! 나에게 이런 모든 고민을 해결해주고 든든한 시선의 방패가 되어 줄 옷이 생겼으니! 그건 바로 유니폼이었다. 처음엔 그 유니폼 블라우스가 나의 취향이 아니라, 조금 옷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긴 했다. 하지만 이내 친숙해지고 나니 출근룩 고민이 사라져 일상에 드는 에너지가 상당히 줄었다.

 

물론 회사에서 개성을 뽐내고 싶은 사람에겐 유니폼은 매우 고개가 저어지는 일일 수 있다. 특히나 디자인 및 ‘감각’이 필요한 직업에 유니폼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나도 반대하고 싶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안내데스크에서 일하기에, 회사에서 개성을 뽐내고 싶은 의지는 없다. 그저 정해진 유니폼만큼의 정해진 업무를 무던히 해내는 사람이고 싶다. 그렇기에 일 년에 두 번, 동복과 하복만을 택하면 되는 이 간단하고 명료한 선택지가 마음에 든다. 게다가 옷의 상함 및 마모, 옷 특성에 따른 주의사항 등에 대해서도 훨씬 자유로워졌다.  

 

‘하필 오늘 흰 옷 입고 왔는데 점심 메뉴가 탕이네…’하는 등의 생각도 할 필요가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