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퇴사후 헬스장 카운터 봅니다

페이퍼 워크(paper work)를 다시 만날 줄이야

 

친구들과의 스타트업 창업을 했을 때는, 그리고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는 '요즘 식'으로 일한다. 코로나 이후 요즘 식이란 '재택근무 및 화상 회의'다.

 

그런데 재택 및 비대면으로 일하는 것이 익숙하던 내게 헬스장은 100% 오프라인, 그리고 다시금 종이를 만지는 페이퍼 워크(paper work)를 경험하게 해 주었다.

 

내게 프리랜서로 일을 맡기는 회사들과 일을 할 때도 기본적으로 원격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어, 구글 드라이브 및 온라인 협업 툴을 활용하여 업무를 하므로 실제 종이가 다녀갈 일은 거의 없다. 요즘엔 계약서도 전자 계약서를 쓰니 말이다. 

 

그런 내게 헬스장은 극과 극의 업무 시스템을 공존하게 만들었다. 내가 근무하는 헬스장은 아직 전산 시스템이 양방향 및 온라인으로 접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환불 신청 등이 필요할 때는 센터로 전화를 하거나 무조건 방문하여서 '환불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나도 처음엔 좀 당황했다. 숫자 하나만 달라도 입금이 안 되는 계좌번호를 서로 전화통화로 확인할 때는, 

 

"일일공 OOOO 맞으세요?"

"네! 하나 하나 공~ OOOO 맞아요!"

 

이런 식으로 대화한다. 

 

업무 전체적인 시스템도 아날로그 적이라, 고객 대기 순번 및 예약 대장 관리를 직원들끼리 '직접 작성하는 종이 문서'파일 형태로 관리하고 가지고 있다. 서로 쓴 글씨를 잘 못 읽어 예약이 얽히는 일도 발생한다. 처음엔 지금 이 시대에 아직도 이런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경악스럽기도 했다. 여러 시스템의 도입을 지속적으로 푸시를 하고 있으나, 가지고 오던 시스템을 한 순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고 있긴 하지만, 당분간은 이 체제를 유지하게 될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오전에는 전자계약 스타트업에서 일을 받아 재택근무로 원고를 보내주고는, 오후에는 헬스장에 출근하여 종이 계약서에 서명을 한다. 오전에는 메타버스 업무협업 툴인 스타트업에서 일을 받아 재택근무로 원고를 보내주고는, 오후에는 반드시 출근을 해야만 하는 헬스장에 출근하여 회원에게 '종이 환불 신청서'를 받아 아날로그적인 전산 시스템을 이용하여 환불을 해준다. 

 

처음엔 서로 다른 세계의 이중생활을 하는 스파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전에는 메타버스 협업 툴 스타트업 원고 콘텐츠 작가, 오후에는 헬스장 카운터 직원...'...? 무슨 조합?

 

하지만!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 원고만 쓰고 메일만 주고받다 보면 정말 한 마디도 안 하고 하루가 지나갈 때가 있었다. 그럴 땐 문득 사람 스트레스는 없지만, 이건 너무 정적이고 외로운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 지점들을 극과 극의 생활이 정말 적절하게 조화를 맞춰주고 있다.

 

 

 

프리랜서로 일하기

- 기본 100% 재택근무 (가끔 인터뷰를 나가거나 외부 업무 발생 시는 예외)

- 원고 마감일만 지키면 되는 자유로움 : 시간과 장소의 자유 : 언제 일하던 어디서 일하던 상관이 없다.

- 화상 회의 및 원격, 협업 툴을 사용한 대부분 온라인 내에서의 업무

- 매번 다른 창작 노동

- 옷을 입지 않고 일해도 됨

- 비대면 근무, 사람 마주칠 일이 없음, 메일로만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하루에 한 마디도 하지 않게 됨

 

 

헬스장에서 일하기

- 100% 오프라인 공간 근무 : 장소의 제약

- 100% 정해진 근무 시간에 근무 : 시간의 제약

- 대부분 페이퍼 워크로 진행 

- 정해진 업무를 반복하는 기계적 노동

- 유니폼 입고 일하기 : 복장의 제약

- 고객 한 명 한 명과 매일 "안녕하세요"로 시작하여 "감사합니다"로 끝내는 대면 업무

 

 

 

때로 프리랜서로서도 사무실 출근을 원하는 일의 형태가 들어오기도 한다. 혹은 정해진 일정에 외근이 반드시 필요한 일도 있다. 하지만 현재 헬스장 출근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에, 이런 일이 들어오면 거절을 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도 당연히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내가 좀 더 탄탄히 구축하고 싶은 것은 '프리랜서로의 입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헬스장과 함께 병행하고 있는 것은, 그런 아쉬움을 넘을 만큼 현재 극과 극의 업무 시스템이 상당히 조화롭게 작동하며 긍정적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