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헬스장에서 일하며 느낀 다양한 장점과 활용법을 서술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점이라고 한다면 단연 '감정 노동'을 빼놓을 수 없다. 서비스직에 있다 보면 당연히 억지를 부리는 진상 손님이 등장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 때문인지 함께 일하는 동료는 부모님이 자신이 서비스직으로 일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전 서비스직 직장도 그만두라고 하셨고, 그 이후 당분간 서포트를 해줄 터이니 공부를 하여 전문 자격증을 따길 원하고 계시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안내데스크 직장에 취업하면서는 회계를 보는 '사무직'이라고 말하고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맞다. 나도 '서비스직'에 대한 편견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사회적으로도 예외는 아니다.
있어 보이는 능력을 '있어 + 어빌리티(ability)'로 합하여 '있어빌리티'로 부르는 것처럼, '멋지게 보이는'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모두가 추구하는 것 아니던가.
나도 그 사람의 능력이 전문직에 종사하기에 적합하다면, 연구원에 종사하기 적합하다면 당연히 그 길을 추구해도 된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내 적성과 능력은 내가 추구하는 것과 다를 때 발생한다. 그걸 1-2번의 시도로 깨닫고 방향을 틀면 다행이지만, 깨닫지 못하고 사회적 시선 등에 쫓겨 계속 미련을 두다 보면 성과는 나지 않고 방황하는 시간만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내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예상보다 '안내데스크' 업무가 잘 맞았던 나처럼, 사회적 시선이나 편견을 먼저 따질 것이 아니라, 일단은 주어진 환경 및 상황에서 가능한 것부터 시도를 하다 보면 내게 맞는 곳을 찾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웹툰 작가들의 노동 강도가 너무 심하다는 고발 성격의 영상 콘텐츠를 보고 있었다. 그중 한 작가 분이 한 말이 기억에 남았다. "그만두고 싶어도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요." 그분은 체력은 물론이요 신체와 멘탈이 다 망가지면서도 이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를 이 일을 그만두면 먹고살 길이 없어서라고 말했다.
서비스직은 '누구나'할 수 있어서 멋진 직업 군에서 제외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일이 단순하고 누구나 쉽게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바꿔 말하면 내게 대안이 없을 때 '일단 시작'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은 일이 되기도 한다.
이 일이 너무 좋으니 하세요! 하고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대안을 찾을 때까지, 나처럼 생활이 보완이 필요할 때, '서비스직'은 너무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혹시 모른다. 천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말이다. 화이트 칼라(White Collar)에 종사했을 때보다 안정감을 주는 운동 칼라(Exercise Collar)를 찾은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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